2009년 09월 17일
恨과 콤플렉스,그리고 이번 발언의 진정한 의미
물론 이해되는 면도 충분히 있습니다. 태생 자체가 한국에서 사랑받기에는 약간 애매한 처지였고(옛날에는 그랬다는 겁니다.물론 지금 세상에서는 아니기를 바랍니다.), 선수생활,코치생활,감독생활 하실 때도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차별을 받으셨겠죠.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올리고도 경질되었던 아픔을 겪으셨던 김감독님. 그 恨의 깊이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일본에서 코치생활 하시면서 한국에서의 恨은 '콤플렉스'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서서히 바뀌어 갔나 봅니다. 한국 복귀 후 SK라는 초대형 강팀을 꾸려 가시면서도 여러가지 면에서 약간의 불이익이라도 받았다고 생각되시면 여지 없이 '김성근 죽이기다' 'SK 죽이기다' 하시면서 각종 언론에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하셨죠. 문제는 콤플렉스의 무서움에 있습니다. 콤플렉스를 가슴깊이 간직한 사람들은 자기가 당한 불이익이 10이면 그것을 100으로 확대해석해 불같이 화를 내는 반면 자기가 한 잘못이 10이면 그것을 1로 폄하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버리는 심각한 병에 걸리게 됩니다. 뭐 지금까지의 김감독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충 감들이 오시겠죠.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번 봉중근 발언도 결국 핵심은 '말바꾸기'가 아니라 '콤플렉스'라는 것입니다. 김감독님은 지금 심판들도, LG도 다 기아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이죠. 거기다가 하나더. 이런 발언을 함으로써 마음 상할 게 뻔한 LG의 대기아전 전투력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려보고자 하는 계산도 있으셨겠죠.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고 비겁한 방식입니다. 김감독님은 한국 복귀 후 SK를 이끌고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금자탑을 이루셨습니다. 그러셨으면 설령 본인의 恨이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고 하시더라도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한국야구판을 바라보셔야 했습니다. 좀 더 본인께서 몸담고 있는 리그의 야구를 믿으셔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자꾸만 모든 일을 억울하게만 생각하시다 보니 김감독님 본인의 恨은 '콤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인구에 회자되고,점점 더 고착화되어만 가고 있습니다. '팬들을 위해 야구해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데 정작 팬들이 김감독님께 원하는 것은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00승을 달성하시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루신 명감독님의 경험과 혜안,그리고 배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상대팀 감독의 입장은 싹 무시해버리는 '월권행위'와 뒷골목 양아치 색히들이나 하는 '꼽 올려서 싸우게 하는 것' 따위의 행동은 오히려 본인께서 그렇게 생각해 마지 않으시는 야구팬들에게 '김성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증오하게 만드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쌍팔년도가 아닙니다.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야구도 바뀌었습니다. 어느 팀에게나 약간의 이익이 돌아가며 마찬가지로 어느 팀에게나 약간의 불이익도 돌아갑니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고 '야구의 이치'이지 '왜 나만 갖고 그래!'나'왜 우리 팀에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김감독님도, 우리 모두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한마디 더 하자면, 이제는 김성근 감독님께서 한국야구에 맺힌 恨을 꼭 푸셨으면 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것을 풀 수 있는 사람도 한사람 뿐입니다.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더이상은 그런 '피묻은 소리' 듣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둘 다 힘들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더 한국야구를 믿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by | 2009/09/17 18:09 | 스포츠 | 트랙백 | 덧글(44)




